전기자전거 잘못 고르면 자전거길 이용 못합니다읽음

전병역 기자

3월부터 합법 주행, 알아둘 점

# 한강변 남쪽 올림픽대로 옆 암사동에서 미사강변도시로 넘어가는 암사고개 오르막길은 자전거 언덕길 연습에 대표적인 코스로 통한다. 고개가 3단으로 돼 있어 가수 아이유의 3단 고음에 빗대어 속칭 ‘아이유 고개’라고 불리기도 한다. 차라리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올라갈까 몇 번을 망설인 끝에 겨우 숨가쁘게 오르던 ㄱ씨. 순간 옆을 유유히 지나가는 자전거를 발견했다. ‘역시 대단한 엔진(허벅지)이야’라고 부러워하는 찰나 뭔가 수상한 낌새를 느꼈다. 페달을 쉬엄쉬엄 밟는데도 가볍게 오르는 전기자전거였다.

최근 자전거 동호인들 사이에 어떤 이동수단까지 자전거길을 이용해야 할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자전거 전용로에서 전기자전거가 올 3월 하순부터 공식적으로 다닐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전기자전거의 어디까지를 ‘자전거’로 볼 것이냐는 정체성 논란에 불이 지펴졌다.

사실 지금도 자전거길에 전기자전거가 더러 다닌다. 엄밀히 말하면 규정 위반이다. 실제로 일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가운데는 전기자전거의 ‘손쉬운 질주’에 불편한 시선을 보내거나 간혹 마찰을 빚기도 한다. 갈등의 근본적인 이유는 ‘모터로 달리는 것도 정말 자전거냐’는 점이다.

그러나 3월22일부터 한강을 비롯해 탄천, 공릉천, 낙동강 등지 전국 자전거 전용로에 전기자전거도 당당히 바퀴를 들여놓을 수 있게 됐다.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다만 모든 전기자전거가 자전거길을 달려서는 안된다. 전기자전거 중에서도 파스(PAS) 방식만 허용된다. 반면 스로틀 방식 전기자전거는 앞으로도 자전거길 주행이 금지된다.

파스 방식이란 자전거의 페달을 밟을 때만 모터가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형태를 가리킨다. 스로틀 방식은 전적으로 모터 힘만으로 바퀴를 돌리는 형태다. 속성상 자전거가 아니라 오히려 ‘전기오토바이’에 가깝다. 자전거 무게와 배터리 용량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350W 정도면 파스 방식은 주행거리가 60㎞ 안팎으로 길고, 스로틀형은 30㎞ 수준이다.

또한 시속 25㎞ 규정도 있다. 즉 페달을 밟지 않고 모터로만 달릴 때는 시속 25㎞를 넘지 않는 전기자전거 모델이어야 자전거로를 다닐 수 있다. 무게는 30㎏을 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앞으로 이런 규정이 제대로 지켜질지 걱정하는 이들이 적잖다. 현재 전기자전거 중 다수인 파스와 스로틀 혼합형도 원칙적으론 자전거길에 다녀선 안된다. 현실에서 이것이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

일단 전기자전거에 합법적인 길이 열리면 모터 성능이 암암리에 커질 개연성이 높다. 이미 시중에는 시속 50㎞ 안팎으로 오토바이처럼 질주하는 개조된 전기자전거들이 있다. 또 현재도 자전거길을 활개하는 스로틀 방식 전동휠, 전동킥보드 등이 많다. 자전거동호회 인터넷카페에는 “소리도 없이 갑자기 지나쳐 위험하다” “심지어 아기를 안은 채 전동킥보드나 전동휠을 타는 이들도 간혹 보인다”며 비판하는 글들이 적잖다.

현재는 ‘원동기장치자전거’로 규정되는 이동수단은 16세 이상, 원동기 면허를 갖고 차도로만 다녀야 한다. 사실 이들이 자동차와 차로를 같이 달리는 건 위험하기 때문에 인도나 자전거로에 주행해도 단속당국은 손을 놓고 있다.

법규 개정으로 전기자전거 산업 발전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지난해 월 1회 이상 자전거를 탄 인구가 1300만명을 넘어섰다고 추산했다. 그간 국내 자전거는 전문화하면서 산악자전거(MTB)가 큰 유행을 끌고, 이어 로드자전거가 유행을 타고 있다. 근래는 적은 힘으로 더 먼 거리를 이동하는 전기자전거가 확대 추세에 있다.

삼천리자전거, 알톤스포츠 같은 제조사들도 100만~200만원대 전기자전거 모델을 강화하고 있다. 일반 자전거에 모터가 달린 휠로 바꾸거나, 페달 옆에 모터를 다는 방식 등으로 100만원 안팎에 전기자전거로 바꾸는 장치(키트)도 나왔다. 알톤스포츠 홍보담당자는 “지난해 국내에서 팔린 전기자전거가 7만대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2~3배까지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초기에는 노년층이 전기자전거를 많이 이용했는데 요즘은 젊은층, 여성들이 즐기고 있어 접이식 같은 소형 모델을 추가해 현재 6종에서 8종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자전거 이용자들의 인식 변화도 예상된다. 로드자전거를 즐기는 김모씨(46)는 “사실 자전거길에서 전기자전거가 소리 없이 지나치면 마음이 편치 않을 때가 있지만 로드나 MTB로도 시속 30㎞ 넘게 과속하는 사람도 많은 게 사실”이라며 “자주 타지 않는 자전거에는 전기모터를 달아볼까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전기자전거 확대, 정착을 위해서는 유럽을 비롯한 자전거 선진국처럼 도심의 한 차로를 자전거 전용으로 배정해 출퇴근용으로 이용케 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혼자 타고 다니며 필요 이상으로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전기차보다 작은 배터리의 전기자전거가 사회 전체적으로 비용이나 편익 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경향티비 배너
Today`s HOT
젖소 복장으로 시위하는 동물보호단체 회원 독일 고속도로에서 전복된 버스 아르헨티나 성모 기리는 종교 행렬 크로아티아에 전시된 초대형 부활절 달걀
훈련 지시하는 황선홍 임시 감독 불덩이 터지는 가자지구 라파
라마단 성월에 죽 나눠주는 봉사자들 코코넛 따는 원숭이 노동 착취 반대 시위
선박 충돌로 무너진 미국 볼티모어 다리 이스라엘 인질 석방 촉구하는 사람들 이강인·손흥민 합작골로 태국 3-0 완승 모스크바 테러 희생자 애도하는 시민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